교육후기방
2025 산림정원 아카데미 : 산림과 정원의 가치읽기 현장연수 참가자 후기(무비스트 윤영식 기자)
- 작성자
- 한상우
- 작성일
- 2025-07-04 17:22:02
- 조회수
- 17
<p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8px">정원에서 배우는 삶</span></p>
<p style="text-align:right"><span style="font-size:14px">무비스트 윤영식</span></p>
<p>2025년 6월, 나는 담양 국립정원문화원에서 열린 ‘산림과 정원의 가치 읽기’ 아카데미에 참석했다. 서울에서 광주송정까지 KTX를 타고, 지정된 출구에서 만난 연수 참가자들과 함께 버스를 탔다. 담양의 초록 물결을 지나 도착한 국립정원문화원. 산과 바람,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그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었다.</p>
<p>도착하자마자 마주한 시원한 바람, 금성산이 둘러싼 명당 같은 자리, 그리고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들. 이번 연수는 단순한 견학이 아니었다. 영상, 기사,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정원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논의했다.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정원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p>
<p>정원은 내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 하지만 이번 연수에서 나는 정원이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를 잇는 깊은 연결의 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br />
정원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잡초를 뽑아도 다시 자라고, 꽃은 피었다가 시들며, 나무는 해마다 조금씩 자란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인내와 겸손,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의지는 때때로 무력하다. 그러나 그 무력함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받아들이게 된다.</p>
<p>귀촌 후 작은 마당에 씨앗을 심고 흙을 만지며 살아온 지난 3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라고 지는 식물들, 다시 고개를 드는 풀, 그 모든 순환 속에서 나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정원은 혼자 가꿀 수도 있지만, 함께 만들 때 더 특별하다. 커뮤니티 가든에서 이웃과 잡초를 뽑고, 수확한 채소로 바비큐를 하며 유대감이 생긴다. 정원은 공동체의 시작점이자, 대화와 돌봄, 관계의 공간이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메시지는 ‘정원은 공동체 회복의 시작점’이라는 것이었다.</p>
<p>도시와 정원의 공존에 대한 강의는 내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뉴욕 하이라인처럼 버려진 공간이 정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례, 그리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펼쳐지는 정원 도시 정책. 정원은 더 이상 일부의 취미나 사치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와 치유, 교육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p>
<p>정원은 치유와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병원, 학교, 교도소 등에서 정원 활동이 심리적, 신체적 치유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영국처럼 정원 처방이 의료보험에 포함된 사례도 있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한 식물 수업에서, 흙을 만지며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정원은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실이자,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공간이었다.</p>
<p>디지털 시대의 정원, 반려식물과 식물 집사라는 새로운 문화도 흥미로웠다. 병실에 꽃 한 송이 들이지 못하는 시대, 디지털 치유 정원이 등장했다. 화면 속 초록, 식물의 움직임, 소리와 향기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전통 정원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정원은 기술과 결합해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감각을 전달한다.</p>
<p>코로나 이후 ‘식물 집사’라는 말이 생겼고, 반려식물이 일상화됐다. 베란다, 옥상, 아파트, 카페 등 어디든 정원이 될 수 있다. 산림청은 생활정원 확대, 공장형 정원 조성,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원은 산업, 복지, 고용, 교육을 아우르는 사회적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p>
<p>정원은 지역 소멸을 극복하고 마을을 살리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 대구 가성마을, 순천만, 서울 보라매공원 등에서 시민 주도로 정원이 조성되고, 공동체가 재생된다. 정원은 도시의 열섬을 완화하고, 사람을 모으며, 마을을 변화시킨다.</p>
<p>정원은 완성되지 않는다. 잡초는 매일 자라고, 꽃은 피었다가 시든다. 그 순환 속에서 나는 기다림과 포기,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배운다. 정원은 기다림과 순환, 생명의 연결을 가르쳐준다.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기후위기 대응 등 미래를 위한 실천의 장이기도 하다. 정원은 국가의 품격이자, 느림과 공존의 철학을 담고 있다.</p>
<p>정원은 내 삶을 바꿨다. 자연을 돌보는 일은 곧 나를 돌보는 일이었고, 정원을 가꾸는 시간은 내 마음을 가꾸는 시간이었다.<br />
정원은 사회도 바꿀 수 있다. 공동체를 만들고, 도시를 변화시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br />
정원은 느림과 공존의 철학,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와 순환의 가치를 담고 있다.</p>
<p>이번 연수는 내게 정원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사회를 바꾸는 힘임을 일깨워주었다.<br />
나는 오늘도, 풀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간다.<br />
정원에서 배운 것들, 그 느림과 인내, 그리고 함께함의 가치를 내 삶과 사회에 심어가고 싶다.<br />
정원은 나를 바꿨고, 언젠가는 세상도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p>
<p>정원에서 나는 다시 묻는다.<br />
“당신은 어떤 삶을 가꾸고 있습니까?”<br />
정원은 결국, 그런 공간이다.<br />
자연을 돌보며, 나를 돌보는 시간.<br />
정원은 나를 바꾸었고,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