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기방
[수습기자 기본교육] 제361기 수습기자 기본교육 참가자 후기 (브릿지경제 김선호 기자)
- 작성자
- 김지현
- 작성일
- 2025-04-23 13:27:56
- 조회수
- 60
<p><strong>[종말의 시대를 살아가기]</strong></p>
<p style="text-align:right"><strong>브릿지경제 김선호 기자</strong></p>
<p><br />
혹시 종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가. 익숙한 말이지만 무언가 멀게도 느껴진다. 이는 매체에서 묘사하는 종말이라는 게 판타지처럼 묘사되기 때문인 듯 하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돈 룩 업> 같은 영화를 떠올려보면 이 생각은 더 굳건해진다. 한 과학자가 “운석이 지구에 충돌할 거라고요! 하늘을 봐요!”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 누구 하나 하늘을 보는 사람이 없다. 영화는 운석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다 지구가 망해버리는 일로 끝난다. </p>
<p> 수습기자 교육 후기에 뜬금없이 영화 얘기를 꺼냈다고, 그렇게 한소리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느 시대에서나 사람들은 ‘종말을 앞뒀다’고 느낀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벨 에포크*에서도, 조선시대에서도 사람들은 항상 종말을 생각했다. 마치 언제 세상이 끝날지를 모른다는 것처럼, 갑자기 눈을 떴더니 세상이 끝나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을 거라며. <br />
(*주: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전의 프랑스. 기술과 문화 양쪽 면에서 최고부흥기였으며 ‘최후의 한때’로서 많이 언급된다.)</p>
<p><br />
언론이 끝났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신문이 사양산업이 됐고, 온라인 뉴스는 AI 기자와 논객 유튜버에 침범당한다. 수습기자로서 항상 좋은 말만 듣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당연히 안 좋은 얘기도 듣는다. 현장에 가서 무언가 진실을 전한다는 마음보다, “이 말이 정말로 필요한 곳에 닿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세상이 망해가는데 우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이 목소리는 필요한 곳에 닿고 있나. </p>
<p> “나라 망했네.” 수료식이 있던 2025년 3월 21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금요일이다. 이 탄핵 심판은 지난 12월 3일에 있던 계엄령 선포 사태의 연장선이다. 당시 늦은 새벽까지 뉴스를 봤다.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딘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아마 이 글이 언진재 홈페이지에 올라갈 때면 결과가 나왔겠지만 말이다.</p>
<p> 나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나는 16학번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경기도 소재의 모 고등학교를 다니며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을 잃었다. 그날 학교 분위기는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서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에 막 학교에 왔을 때는 전원 구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는 갑자기 그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저녁까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p>
<p> 삶의 문턱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무언가 더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펜을 잡는 것만으로는 목소리를 내는 일이 힘들 것으로 여겼다. 종말을 앞둔 세상에 일개 기자 한 명이 무슨 힘이 있을지를 비관했다. 이런저런 고민 중에 수강한 언론진흥재단의 수습기자 교육은 나에게 믿음을 주었다. </p>
<p>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님의 수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기자님은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기획, ‘산 자들의 10년’을 쓰셨다. “마음이 아파서 기사를 읽지 못하겠다고 하는 분도 있다. 일부는 그동안 너무 많이 했던 이야기라며 그만 보고 싶다고도 한다.” 그래서 그는 읽히는 기사를 쓴다고 했다. 나도 내 이야기를 사람들이 들어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같이 읽고, 서로 이야기하는 기사를 쓰고 싶을 뿐이다. </p>
<p> 종말의 시대를 산다는 건 그게 뭐든 간에 끝을 마주한다는 뜻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 중 대부분이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운석이 떨어지면 죽는다. 회사가 망하면 다른 곳으로 간다. 연인과 헤어지면 다른 사람을 사귄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쉽게 뒤바뀌고 대체되지만, 그 중심에 선 나 자신만은 변치 않는다. 그러니 지금의 이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본다. 이 마음이야말로 나를 이루는 것이라 믿으니까. </p>
<p>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만화 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p>
<p><br />
“사실 기사 말인데…. 난 기사 쓰는 건 전혀 좋아하지 않아. 하나도 안 즐겁고, 온종일 써도 완성되지 않는다고. 기사는 그냥 읽기만 하는 게 나아.”<br />
“그럼, 넌 왜 기사를 써?” 후지모토 다쓰키, <룩백> 中</p>
<p><br />
…그러니 지금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br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