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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기본교육] 제361기 수습기자 기본교육 참가자 후기 (시사인 권은혜 기자)
- 작성자
- 김지현
- 작성일
- 2025-04-23 13:25:45
- 조회수
- 36
<p><strong>[제361기 수습기자 기본교육 후기]</strong></p>
<p style="text-align:right"><strong>시사인 권은혜</strong></p>
<p>“국호가 저널리즘인 영토에 들어왔다.”<br />
김지영 전 동국대 교수의 장엄한 선언으로 언론진흥재단 수습 교육의 포문이 열렸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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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세계를 게임으로 비유해 보자. 나는 시사인이라는 길드에 가입한 초보 기자다. 각기 다른 길드 소속 신입 기자들이 함께 모여 저널리즘 영토에 막 발을 디뎠다. 우리 모두 아직 전사, 힐러, 법사, 사수 등의 심화 직업을 선택하기 전이다. 현장에 뛰어들기 전, 언진재 교육을 통해 초보 기자로서 단련할 수 있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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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진재 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게임 참여자(기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자세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다른 하나는, 기본기를 쌓은 뒤 어떤 세부 직업(전공)을 선택해 활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육이다.<br />
첫날 배치된 교육은 기본기 교육이었다. 김지영 교수는 <언론인의 바람직한 역할과 자세>라는 교육을 진행했다. 저널리즘은 (1) 사실을 밝히는 일과 (2) 그 사실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일이며, 자기 의견을 사실처럼 왜곡해서 쓰면 안 된다는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게임의 최종 보스몬스터가 무엇이며 그것을 다루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줬달까. 이어진 송상근 이화여대 교수의 수업은 기사의 기본인 스트레이트 기사의 A부터 Z까지를 교육하며 무기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줬다. 대기자의 첨삭은 뭐가 달라도 크게 달랐다. 분명 고치고 또 고쳐서 낸 과제임에도 이렇게 빨간 줄이 이렇게 많이 그어질 줄 몰랐다. 기사는 사람 중심이어야 할 것, 불필요한 한자어를 남발하지 말 것 등 사실을 담백하게 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br />
저널리즘이란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여윤규 팀장의 강의 역시 기본기 쌓기 강의였다. 내가 쓰는 기사가 '칼'이라는 점, 그것이 올바른 대상에게 향하도록 하기 위해서 진실성, 공익성, 상당성이라는 기준을 고려하고 끊임없이 본인 기사를 체크해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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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륜 국민권익위 과장의 청탁금지법 강의도 기자로서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강의였다. 언론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다. 그렇기에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업무의 불가 매수성이 요청된다. 기자로서 이 세계에 진입한 이상, 무엇을 얻어먹고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서도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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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를 쌓은 후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즉 나는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게 하는 교육도 있었다. 국민일보 박세환 기자의 사건·사고 취재 노하우가 대표적이다. 수습기자들이 가장 먼저 배치되는 부서이기도 한 사건 팀은 한때는 언론사의 꽃이라고도 불렸으나 최근에는 그 규모가 많이 줄어든 추세다. 그럼에도 왜 사건 팀 기자여야 하는가. 유일하게 보도자료가 나오지 않는 현장인 덕택에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볼 수 있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 팀 기자를, 괴물을 가까이서 몸소 다루는 전사로 칭하고 싶다. 그렇다고 공부 없이 현장에 무작정 부딪쳐서는 안 된다. ‘사건’이라는 몬스터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몬스터 등장 정보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경찰, 소방, 검찰 등의 조직 체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현직 기자가 몸소 겪고 나서야 깨달은 팁을 상세하게 전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던 수업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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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탐사보도 케이스스터디 수업은 힐러, 법사로서 기자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한국일보 유대근 기자는 '힐러'라고 표현하고 싶다. 세월호라는 국가적 상처를 어떻게 하면 독자가 피하지 않고 읽도록 그러면서도 뻔하지 않게 다룰지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납작하게 그려져 왔던 사건 당사자들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반성과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최기영 강원일보 기자는 높은 지능으로 정신 마법을 사용하는 법사로 정의하고 싶다. <광부 엄마> 기획을 통해 한국의 광산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염두에 두고 검색을 통해 여성 선탄부를 찾아 재조명 한 점, <납북귀환 여부 간첩 조작 사건>을 통해서는 오래된 국가 폭력의 역사를 뒤집어보았을 뿐만 아니라 언론 역시 가해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br />
기자의 HP, LP 관리를 위한 수업도 있었다. 바로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스트레스, 트라우마 관리 수업이었다. 기자로 살다 보면 누구나 HP가 급격히 소모되는 시점이 온다. 살아남으려고 뛰쳐나오는 재난 현장에 기자는 취재를 위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터뷰이, 독자와 기자인 나 자신을 지켜가며 일하는 방법에 대해 익힐 수 있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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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기자로서 취재를 위한 도구를 벼리는 좋은 수업들이 많았다. 자살보도와 취재윤리, 언론인을 위한 맞춤법과 글쓰기, 구글 정보 검색 방법, AI 활용법, 인터뷰 기사 쓰는 법, 정보 공개 청구 활용 실습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내교육으로 충분히 담보되지 못한 다양한 도구 사용법을 여러 선배 기자에게 배울 수 있어서 알찬 시간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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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이제 다시 내 길드로 돌아간다. 언진재 수습교육 때 배운 것을 탈탈 털어 써먹어보고 싶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제 막 이 영토에 함께 진입한 361기 뉴비들이 어떤 기자 생활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새싹들에게 무럭무럭 자라나라고 영양분을 마구 주입해 준 언론진흥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