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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PF-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과정 참가 후기(강원일보 박서화 기자)

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 2022-08-12 09:55:11
조회수: 127

<2022 KPF-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과정> 참가 후기     냉소를 넘어 ‘좋은 보도’를 향해   강원일보 박서화 기자   언론에서도 소외되는 목소리가 있다. 동료 시민들조차 외면하고, 무시하고, 금기시해 음소거된 소리들이다. 그 목소리를 세상에 끄집어내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믿는다. 불평등과 차별, 계급적 고통이 교차하는 한국의 '지방' 이야기. 세상이 몰랐고, 들으려 하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였다. 넘어서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했다. 매일 채워야 하는 지면, 치뤄야 하는 일정, 그리고 마감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더 나은 기사를 고민할 때면 절로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래서 공동체가 필요했다. '좋은 기사'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비평하고, 격려해 줄,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좋은 기사, 좋은 공동체를 갈망하던 나에게 '2022 KPF-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과정' 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좀 더 자고 싶고, 미뤄왔던 일도 해치워야 할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좋은’ 보도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더 나은 저널리즘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주저없이 내 자원을 가져다 바치고 싶었다.   이 교육과정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는 한국사회의 쟁점이 되는 요소들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각을 듣고, 기사로 풀어내기 위한 나름의 시야를 갖추는 과정. 두 번째는 기자의 독자적인 관점으로 치밀하고 윤리적인 취재를 진행해 알기 쉽게 기사화하는 과정이다. 다루는 주제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키워드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팬데믹과 불평등, 지역 불균형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각 키워드와 관련해서는 실제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온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자본주의와 불평등을 주제로 연구하는 고려대 김윤태 교수님, 지역 격차 문제를 고민해온 중앙대 마강래 교수님의 주제발표가 대표적이었다. 최신 현안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도록 최근 이슈가 되는 ‘블록체인·NFT·메타버스와 사회변동' 도 다룰 수 있었는데, 홍익대 홍기훈 교수님의 발표를 들으면서는 블록체인이나 NFT와 같은 기술이 자유로운 시민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인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두 번째 특징은 기획·탐사보도가 이뤄지는 동안 기사 발제, 취재, 작고 과정과 관련, 전직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진들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 환경상 편집국 안에서는 기사와 관련한 장시간의 논의, 윤리적인 쟁점 토론이 이뤄지기가 매우 어렵지만, 이 멘토링 과정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들을 해소하고 보다 나은 기사를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챙길 수 있었다.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부터 작고와 데스크 보고 과정에서 챙겨야 하는 사항까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빡빡한 매일 발제에 더해 기획이라는 이름 하에 진행되는 취재를 하다 보면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심석태 교수님은 평소 궁금했던 윤리적 쟁점에 대해서도 따뜻하고 꼼꼼하게 알려 주셨다.   약 두달에 걸친 교육과정을 통해 교수님들과 동료들의 노하우를 엿보고, 발제와 취재, 작고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은 또다른 수확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수찬 교수님이 주관한 취재 보도 방법론 강의와 해외 탐사보도 사례연구, 그리고 참여자들이 한 세션식 맡아 보고서를 완성한 IRE(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탐사보도기자협회) 컨퍼런스는 모두 같은 맥락에 놓여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컨퍼런스에서 내가 맡았던 세션은 <중간선거에서 정치적‘검은 돈’ 추적하기> 였는데, 비록 한국적 맥락에서 곧장 활용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료들이 맡은 다른 세션 발제를 함께 들으면서 어떻게 방법론을 응용해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좋은 언론'이라는 기치를 등에 메고 험난한 여정을 뚜벅뚜벅 걷는다. 내부의 부조리, 외부의 비난, 구조적인 어려움을 현장성과 문제의식, 기자의 책임감이라는 무기를 들고 넘어서려 노력한다. 지역 불균형에 대해 논의하던 수업에서 제정임 원장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일도 코로나19와 같은 극적인 계기를 만나 한번에 이뤄질 수 있는 거라고. 그런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이 모여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라고.   세상을 바꾸는 일, 비록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기자의 노력이 시민들의 필요와 만나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날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위해 오늘도 전화를 하고, 문서를 뒤지고, 만나기 싫다는 사람을 설득해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 정말로,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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